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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고대 저수지, 벡제 미륵신앙의 성지, 소설 속 마을

by jjoyangstory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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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중서부에 있는 김제시는 일반적으로 드넓은 평야 지대를 생각하게 하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평야 못지않게 모악산을 정점으로 하여 크고 작은 구릉지가 제법 있는 지형입니다. 이런 지형이 품고 있는 김제에는 오랜 역사와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유적지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대 사찰, 아픈 시대의 모습을 그려낸 소설을 현재로 옮겨놓은 마을까지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이런 여행지가 가지고 있는 매력 있는 모습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제 금산사

 

고대 저수지 벽골제 단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저수지인 벽골제는 김제시 포교리와 월승리 일대의 저수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농업국가로서 일찍부터 농사를 위해 수리 시설을 갖춘 조상의 승기를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330(신라 흘해왕 21)에 공사를 시작해790년(신라 원성왕 6)에 증축했다고 했다고 하며,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려 현종 및 인종 때와 조선 1415(태종 15)에 개축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적 제 111호 벽골제는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에서 월승리에 걸친 약 3에 이르는 제방(두 개의 수문 장생거와 경장거 포함)1415년 건립된 벽골제 중수비를 포함하여 1963121일에 국가사적 제 111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국가사적 벽골제와 그 배경인 김제 만경 들녘의 문화사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하여 김제시가 벽골제 부분 발굴을 필두로 하여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지금의 벽골제단지에는 벽골제와 농경문화를 큰 주제로 전시 및 자료수집과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김제를 발원지로 일제강점기를 다룬 소설 아리랑의 자료를 전시하는 아리랑 문학관, 그리고 전북 미술계의 거목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나상목 선생의 벽천 미술관과 농경사를 주제로 어린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농경사 주제관 및 체험관, 김제 우도농악관 등 문화시설과 각종 야외전시로 구성되어 여행자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적 벽골제와 각 박물관들은 오래된 고을, 김제의 정체성 및 문화를 세상에 천명하는 문화공간이자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하며 문화백년지대계 김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벽골제와 김제 만경평야, 수천 년 농경문화의 가치를 선양하기 위한 전시 교육 공간으로 1998년 개관한 벽골제 농경문화 박물관은 사적 벽골제와 농경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김제 지역을 발견하며 조사연구, 자료수집, 보존관리, 전시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경문화, 생활 민속, 벽골제언실, 동진관의 상설전시실 4개와 기획전시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실감 콘텐츠 디지털 영상관이 있어 과거 조상들의 생활모습과 자연에 순응하며 농경에 적용했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이외에도 방문객들을 위한 식당과 매점 등의 편의시설 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백제 미륵신앙의 성지 금산사

백제시대(600)에 창건한 모악산 금산사는 후백제 견훤왕이 아들 신검에 의해서 유폐된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금산사 명칭 유래는 김제시가 첫째가는 곡창지대이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금이 많이 나는 곳 중 하나였습니다. 김제의 ‘김’ 자도 쇠금자의 변형인데 모악산 지역에 사금이 많이 채취되어 금산으로도 불리었고 행정구역도 김제시 금산면입니다. 766년 진표율사가 크게 중창하였고, 920년경에는 후백제왕 견훤의 원찰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미륵전을 비롯하여 지정문화재 10여 점이 있으며, 그 외에도 부속 건물이 많아 호남 제일의 고찰로 손꼽힙니다.

 

목조로 된 미륵전은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삼층법당으로 내부는 통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륵전 미륵보살상은 옥내 입불로서는 세계 최대라 하며 삼존불 중 가운데 미륵불상이 11.82m, , 우불상은 8.8m나 됩니다. 봄철이면 산 입구에서부터 금산사까지 늘어선 벚꽃나무의 장관을 보려고 각지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붐비며, 한겨울에도 신도들이 미륵전의 미륵 보살상을 찾아와 절을 올리거나 탑을 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등산 명소인 모악산에 자리하여 주차장을 비롯하여, 사찰 입구에 이르는 길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여행자의 가지고 있는 종교에 상관없이 가볼 만한 곳입니다.

 

특히 늦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그 경치가 일품으로 한 번은 꼭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이 외에 특이한 점 하나는 금산면에는 불교 금산사 외에도 여러 종교와 관련된 시설이 있는데, 먼저 개신교 금산교회는 1905년에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처음 지어진 교회로 전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것입니다. 한옥 건물에 남녀가 유별하던 시기에 지어져 남녀가 서로 볼 수 없게 구분되어 예배를 보는 기억자 형태의 예배당은 인상에 남는 구조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금산사 근처 금평저수지 옆에는 증산교 본부도 있어서 신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며, 멀지 않은 곳에는 프랑스 신부가 1889년 설립한 천주교 수류성당도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여러 종교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이한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 마을 아리랑 문학마을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 속 장소들을 재현한 아리랑 문학마을은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소설의 배경으로 '수탈당한 땅과 뿌리 뽑힌 민초들'이 민족의 수난과 투쟁을 대변하는 소설 아리랑의 배경을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소설의 제목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감정을 공유하며 함께 부르던 노래 아리랑을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국권피탈 이전부터 해방까지의 우리 민족의 한과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쉽게 지었다고 했는데 아리랑만큼 적절한 제목이 없기 때문이었을 듯합니다. 아리랑 문학마을은 소설 속 장소들을 현실에 재현하여 아픈 시절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문학마을 위치가 소설 아리랑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김제시 죽산면 옛 내촌, 외리 마을 일대에 터를 잡았기에 이곳을 찾은 사람은 그저 둘러보기만 해도 작품 속으로 들어가 수 있습니다.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홍보관, 하얼빈 역사, 이민자 가옥, 내촌 외리 마을, 근대 수탈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홍보관 1층 벽면에 12권짜리 대하소설 대강의 줄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2층은 죽음도 불사하고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전진했던 김제 출신의 독립투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장면을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하얼빈 역사, 일제의 수탈에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갔던 사람들의 열악한 이민자 가옥, 근대 수탈 기관을 재현해 낸 내촌이 재현되어 있다. 외리 마을의 촌락과 토지조사사업으로 조선의 땅을 빼앗는 데 활용되었을 망원경, 나침반, 카메라, 주판, 등사기 등이 전시된 죽산면사무소, 일제강점기 순사가 근무하던 기관인 주재소, 우체국, 정미소 등도 관람할 수 있어 소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정리해 보면 김제에는 유명한 여행로 알려진 곳은 없지만 조용하고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지역 구석구석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저수지 벽골제와 후백제 왕 견훤의 한이 서린 고찰 금산사, 소설 아리랑의 마을을 재현해 놓은 아리랑 문학마을 등 고대 역사와 고요한 자연, 현대 문학의 현장이 살아있는 김제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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