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북동부에 위치한 구례는 천혜의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도시입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 우아하고 웅장한 역사,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어우러진 구례는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여행지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섬진강을 따라 즐길 수 있는 구례의 다양한 매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축복받은 자연경관
지리산 노고단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주봉으로 꼽힙니다. 지리산 산신제를 올린 곳으로 운해와 봄 철쭉, 여름 원추리,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계절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노고단은 지리산 종주 코스의 출발점으로 유명하며, 이곳에서 임걸령-반야봉-토끼봉-벽소령-세석평전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장장 25.5km의 지리산 능선길은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코스입니다.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주봉으로 꼽히며 노고단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이 바다를 이룬 운해, 봄의 철쭉, 여름의 원추리, 가을의 형형색색의 단풍, 겨울의 왕국을 상상하게 만드는 설화 등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노고단은 늙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사 터를 말하며 우리말로는 ‘할매단' 이라 합니다. 노(老)는 존칭의 의미이며, 고(姑)는 마고를 뜻해 ‘마고 할매를 위한 제사 터’라 할 수 있습니다. 마고는 인류 최초의 인간을 탄생시킨 여신으로, 원래 젊은 여성이었으나 오랜 전설 속의 여신이므로 ‘마고할매’ 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고단은 지리산의 산신을 모시는 신앙지로 매년 제사를 올렸던 장소입니다. 이 제사는 천왕봉 정상에서 행해졌으나 고려 시대에 현 지점으로 옮겨지면서 노고단이란 명칭이 처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지리산 호수공원
지리산 호수공원은 구만 저수지를 새롭게 단장한 곳으로 오토캠핑과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인근 지리산치즈랜드의 초원과 어우러져 풍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지리산 호수공원은 구만제에 조성된 농촌테마공원으로 여름에는 큰 호수에서 다양한 수상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공원 내에는 연꽃단지, 산수유공원, 산책로, 구름다리 등이 있으며, 여름이 되면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분수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시원한 여름 나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지리산 호수공원 내의 인공폭포 옆길로 오르면 전망대가 보입니다. 전망대에서는 구례읍과 노고단, 사성암을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인근에는 지리산치즈랜드, 지리산온천, 야생화 테마랜드 등이 있어 볼거리 먹거리가 해서 이곳에 오면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자연 속 놀이동산이 펼쳐집니다.
섬진강 대숲길 힐링 생태 탐방로
대숲길을 가로지르는 길은 대나무 향에 한층 더 가까워지는 길로 안내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기분이 듭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 눈과 코가 정화되는 구례군 섬진강 대나무 숲길은 구례의 대표 명소입니다. 대나무 숲길을 걷다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면 대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한줄기의 태양 빛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바쁜 현대인에게 숲길을 걷는 시점에서만큼은 자연인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푸릇푸릇한 대나무 숲길을 지나 만나는 생태 탐방로에서는 코스모스와 야생화가 반깁니다. 풀과 강이 있는 섬진강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생태 탐방로는 꼭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웅대하고 우아한 역사
화엄사
구례 하면 떠오르는 장소 중 하나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는 화엄사입니다. 이 사찰은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규모가 웅대하고 우아하며 유서 깊은 불교문화의 요람으로 손꼽힙니다. 백제 성왕 22년(544년) 연기조사가 건립하였다고 전해지며 화엄경의 두 글자를 따서 절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 보제루를 끼고돌면 화엄사의 웅장한 가람배치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국보 제67호 각황전은 국내 최대 목조건물이며, 거대한 규모이면서도 안정된 비례에 엄격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위엄과 기품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빼어난 건축물입니다. 각황전의 처음 이름은 장륙전(丈六殿)이었다고 하는데, 이 건물은 조선 숙종 25년(1699)에 공사를 시작하여 4년 만에 완공되어, 숙종이 ‘각황전’(覺皇殿)이라는 이름을 하사한 것입니다.
각황전 옆으로 난 108 계단을 오르면 국보 제35호 4사자 3층 석탑이 나옵니다.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석탑 앞에 차를 봉양하는 효대가 있습니다. 희로애락을 표현한 네 마리 사자가 석탑을 떠받치고 있으며 하층 기단 면석에 부조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봄에 가면 잠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생명력 가득한 화엄사가 존재하고, 여름에 가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종소리가 청각을 자극하여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또한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바닥의 낙엽이 화엄사를 가득 물들이고, 겨울은 처마 사이로 눈이 소복이 쌓이는 소리만 들리는 정적인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는 화엄사는 지리산의 훌륭한 경관을 배경으로 곳곳에 명소와 절경이 산재해 있습니다. 한편 하동에서 화엄사에 이르는 도로 옆길에는 가로수로 벚꽃나무가 심어져 매년 4월 벚꽃이 만개할 때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인근에는 섬진강 매화마을, 고소성 군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쌍계사등 많은 관광지가 있어 수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잡습니다.
천은사
천은사는 구례읍 북쪽 9km 지점, 지리산 일주도로 입구에 위치하며,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덕운조사와 인도의 승려 ‘스루’가 터를 닦고 지은 절로서 화천양사라 하여 화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힙니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조선 광해군 2년(1610년)에 혜정선사가 다시 지었으나 숙종 2년(1676년)에 불에 타버려 그 이듬해 절을 지었다가 영조 49년(1773)에 화재를 당해, 영조 51년(1775년)에 혜암선사가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해집니다. 천은사의 본래 이름은 828년 인도 승려와 덕운 조사가 창건할 당시 경내에 이슬처럼 맑은 차가운 샘이 있어, 감로사라 했는데, 이 물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이 맑아진다 하여 많은 스님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천 명이 넘는 스님이 지내기도 했으며 고려 충렬왕 때는 남방 제일 사찰로 승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불탄 뒤 중건할 때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기에 잡아 죽였더니 샘이 솟아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 하여 조선 숙종 4년(1677년)부터 천은사라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을 바꾼 후부터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나고 재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주민들도 절의 수기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며 두려워해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물 흐르는 듯한 서체로 써서 걸었더니 이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새벽녘 고요한 시간에는 일주문 현판 글씨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고 하니 내려오는 이야기겠지만 진짜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매천사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애국지사인 매천 황현(梅泉 黃玹)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광양에서 태어나 구례에서 주로 활동하였으며, 고종 23년(1886) 생원시에서 급제하였으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현실 정치에 실망하여 관직에 진출하지 않고 평생 초야에 묻혀 지냈으며, 1894년 동학농민운동·갑오경장·청일전쟁이 연이어 일어나자, 위기감을 느끼고, 경험과 견문한 바를 기록한 ‘매천야록(梅泉野錄)’· ‘오하기문(梧下記聞)’을 지어 후손들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1905년 11월 일제가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여 국권을 박탈하자 김택영과 국권회복 운동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기도 하였습니다. 1864년부터 1910년 국권피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상을 기록한 「매천야록」을 남겼습니다. 1902년 이곳으로 이주하였으며, 1907년 신학문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호양 학교 설립에 앞장섰습니다. 1910년 8월 일제가 나라를 강탈하자 국치(國恥)를 원통해하며 절명 시 4수와 유서를 남긴 후 독약을 마시고 순국하였습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여 그의 절의 정신을 기렸습니다. 매천 황현은 이건창, 김택영과 함께 한말삼재(韓末三才)라고 불리고 있으며. 생전에 살았던 곳에 그의 후손과 지방 유림들이 1955년에 세운 이 사당은 앞면 3칸, 옆면 1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 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의 그 시대 건축양식도 볼 수 있습니다.
고택 민박 & 예술 문화마을
오미 은하수 마을
구례 지리산 둘레길 18, 19코스에 속하는 경로인 마을입니다. 오미 은하수 마을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배산임수의 마을로 기름진 들판이 펼쳐져 있고 섬진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며 뒤에는 노고단에서 흘러내린 형제봉 능선과 왕시루봉 능선이 좌우로 펼쳐집니다. 지리산 둘레길 마을 중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옥 17호, 40여 채의 고택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민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구례 3대 전통 가옥인 운조루, 쌍산재, 곡전재가 있고 그중 하나인 쌍상재는 2018년 전라남도 민간 정원 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운조루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고택으로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 민속문화재입니다. 운조루에서 100m 떨어진 거리에 운조루 유물전시관이 있어 조선 후기부터 300여 년간 구례 오미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문화 류씨가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7코스의 종점이며, 18코스의 시작점인 오미 은하수 마을은 구례에서 하동으로 연결되는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5km 정도 떨어져 있는 마을입니다.
구례예술인마을
지리산 남악 사당이 이 마을 북쪽에 있었다고 해서 당동 마을이란 이름도 갖고 있는 구례 예술인 마을은 화가, 도예가, 건축가 등 예술인 약 30호가 모인 마을입니다.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주차장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넓은 용지에 자리 잡고 창작과 주거 기능을 갖춘 작업실들은 조각과 회화, 사진 등 장르의 성격에 맞게 화가들이 꾸밀 수 있고 별도의 전시실도 설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구례의 섬진강과 지리산, 풍부한 문화자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겨울에도 비교적 춥지 않아 예술가들에게는 작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장소인 데다가 완주, 순천 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까지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과 화엄사, 천은사 등의 문화유적과 연계되는 문화관광 벨트를 형성하고 화가, 도예가, 건축가 등 예술인 약 30호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카페, 주차장 등 편의 시설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해 보면 구례는 자연의 축복을 받은 도시인듯합니다. 여행지 어디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만큼 각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지리산 노고단과 지리산 호수공원,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시간을 갖게 하는 섬진강 대숲길 힐링 생태 탐방로, 우아한 자태로 웅장함을 보여주는 화엄사, 천은사, 매천사,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삶의 모습 오미 은하수 마을, 다양한 예술문화도 볼 수 있는 구례예술인마을 등등, 이외에도 세일 수 없을 만큼의 자연경관, 역사, 문화가 가득합니다. 지금 늦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구례에서 지리산을 벗하고 섬진강을 따라 즐기는 여행을 꼭 즐겨보시길 바랍니다.